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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리철진

간첩 리철진

  • 영화, 드라마, 코미디
  • 1999 .05.15
  • 장진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막중한 임무를 띠고 남파된 대남 공작부 요원 리철진(유오성 분).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고정 간첩, 오선생(박인환 분)과의 첫 접선을 위해 서울로 향하던 그는 우연히, 남한 사람들과 다름없이 행동하고자 '택시 합승'이라는 걸 한다. 정말 거짓말처럼 기사 빼고 4명이 같은 방향, 같은 고향 사람들이었다. 프로 승객처럼 굴었지만, 그는 머리는 나빠도 목표는 분명한 4인조 택시 강도단에게 가지고 온 가방을 통째로 털리고 그야말로 빈 털털이가 되어 낯선 남한 땅에서 표류한다. 오 선생은 접선 장소에서 철진을 기다리지만, 철진은 나타나지 않는다. 2차 접선에서 어렵게 철진을 만난 오 선생. 그러나 불멸의 고정간첩 오 선생은 철진이 택시 강도를 당했다는 고백을 듣고 믿을 수가 없다. 철저한 이남화 교육을 받고, 특수훈련까지 전수 받은 대남 공작원이 시시껄렁한 강도한테 당하다니. 하지만 리철진은 꽤 진지하고 담백한 놈이며 불의를 당하고도 어쩔 수 없이 나약한, 북에서 온 간첩이 분명하다는 걸 알게 된다. 철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남한에서 개발된 슈퍼돼지 유전자의 샘플을 입수해 북으로 가져가는 것이 그의 임무다. 임무 수행을 위해 일주일 간 오 선생의 집에 머물게 된 철진. 대학생인 딸 화이(박진희 분)과 고등학생 아들 우열을 두고 부인 김 여사와 함께 청소년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오 선생은 먹고살기 위해 고정간첩이 되었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 역시 빚 때문에 사는 것이 쪼금 고달프다. 간첩 활동보다 더 치열해져버린 현실. 즉 '먹고 사는 문제'는 철진이 가방을 털린 사건으로 더더욱 난관에 봉착하고, 은근히 기다려왔던 오 선생, 철진이 잃어버린 공작금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다. 차라리 당에 일러바치고 돌려보낼까. 남파 첫날의 악몽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삭막한 남한 사회의 풍토에 눌려 잔뜩 움츠려 있던 철진은 오 선생의 딸 화이의 따뜻한 배려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그리고 조금씩 서울 생활의 다양한 면면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전철역 주변의 노숙자들, 젊은이들이 활보하는 압구정동 거리가 이상하고, 교통체증으로 혼잡한 도로가 낯설고, 우연히 들어간 은행에서 강도를 때려눕히고, 현실이 괴로워 택시기사에게 평양 가자고 외쳤다가 경찰서 신세도 지고. 그러는 동안 화이는 철진의 순수함에 이끌리고 철진 역시 따뜻하고 매력적인 여인 화이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오 선생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자신의 임무 수행은 한치의 어긋남도 있을 수 없다고 믿는 철진. 마침내 철진을 돕기로 결심한 오 선생은 그가 당의 지령을 이행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임무 수행에 들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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